
소똥구리(쇠똥구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임.
소똥구리류는 동물의 배설물을 먹고 분해해 토양으로 돌려보내는 곤충들임.
배설물이 쌓이는 걸 줄이고, 배설물의 양분이 토양에 흡수되도록 돕는 역할도 함.
우리나라에 기록된 소똥구리과 곤충은 33종임.
이 가운데 가축의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종은
소똥구리(Gymnopleurus mopsus)

긴다리소똥구리(Sisyphus schaefferi)
그리고 왕소똥구리(Scarabaeus typhon)
이렇게 3종이 있음.
문제는 소똥구리와 왕소똥구리는 남한 야생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음. 긴다리소똥구리도 한동안 기록이 없다가 2013년 강원도 영월에서 다시 확인됐고, 이후 파주 민간인통제구역에서도 발견됨.
그나마 소똥구리(Gymnopleurus mopsus)는 복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왕소똥구리(Scarabaeus typhon)는 남한에서 2004년 전남 장흥군 운주리에서 관찰된 이후로 확인되지 않아 지역절멸된 것으로 추정됨.
흥미로운 점은 원래 왕소똥구리가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관찰되었다는 것임.
왕소똥구리는 1997년 신두리에서 기록됐고, 2000년에도 관찰됐음.
근데 왜 지금은 신두리에서 안 보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신두리 해안사구가 보호지역이 되면서 신두리에서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함.
왕소똥구리는 이름 그대로 소똥과 같은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성충과 유충 모두 필요로 함.

2000년대 초만 해도 신두리 해안사구에 소가 30마리 이상 방목되고는 했었음.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이게 전에 비해 줄어든 거고, 예전에는 100마리 넘게 방목되기도 했다고 함.
문제는 해안사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소 방목이 금지됨.
소똥을 주로 먹던 종이 소똥이 없어지니 버틸 수가 없었고, 왕소똥구리는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개체수가 줄어들게 되고,
방목이 금지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02년 6월, 왕소똥구리는 신두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춤.

2003년에 소 몇 마리를 다시 방목했지만 왕소똥구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음.

물론 방목 금지가 절멸의 유일한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
가축 감소와 농약 사용 증가도 소똥구리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거론됨.
그럼에도 신두리 해안사구의 왕소똥구리 사례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줌.
보호를 위해 만든 정책이 생물의 생존 조건을 끊어버릴 수도 있다는 거임.
신두리 왕소똥구리 사례는 서식지 보전이 그 안의 생태계까지 살피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걸 보여줌.
관련 자료
신동만·배연재, 2015, 「신두리 해안사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왕소똥구리(소똥구리과, 딱정벌레목)의 관찰 기록」, 『Entomological Research Bulletin』 31(3), 155-163.
Han, T., J.I. Kim, D.-A. Yi, J. Jeong, S.L. An, I.G. Park & H. Park, 2016, “An integrative taxonomy on the locally endangered species of the Korean Scarabaeus (Coleoptera, Scarabaeidae),” Zootaxa 4139(4), 515-526.
국립생물자원관, 2023, 『국가생물적색자료집 제8권 곤충 Ⅱ』,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국립생태원, 2023. 9. 14., 「멸종위기종 소똥구리, 반세기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충청남도, 2025. 7. 11., 「소똥구리 방사 2년차… 박용성 “생태적 문제로 볼 때 요원”」, 충청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