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다 뺐는데 문을 못 연다”…집주인, 열쇠공 불러 들어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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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다 뺐는데 문을 못 연다”…집주인, 열쇠공 불러 들어가면 안 될까

최고관리자 0 5 13:30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1030/134933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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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아파트 현관의 디지털 도어락을 확인하고 있다. 세입자의 점유가 끝났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임의로 문을 열거나 도어락을 교체하면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계약이 끝난 뒤에도 나가지 않던 세입자가 소송 도중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고 이삿짐을 뺐다. 하지만 카드키와 도어락 스마트패드는 돌려주지 않았고, 집 안에도 일부 물건이 남아 있었다.

집주인은 직접 문을 열지 않고 건물인도소송을 계속했고, 법원은 인도 청구를 받아들였다. 세입자가 짐을 뺐더라도 카드키나 현관 비밀번호를 넘기지 않았다면 집을 완전히 돌려줬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집주인이 “내 집”이라며 열쇠공을 불러 임의로 문을 열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가 아직 집을 넘기지 않은 상태라면 주거침입 등 형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짐 다 뺐으면 집을 돌려준 것 아닐까

임대차에서 집을 ‘인도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나가고 이삿짐을 빼는 것과는 다르다. 집주인이 실제로 집을 넘겨받아 자유롭게 출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상태인지가 중요하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짐을 모두 뺐더라도 세입자 측이 비밀번호를 쥐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면 점유를 계속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실무에서는 열쇠나 비밀번호를 넘겨주는 것을 인도의 중요한 징표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례에서도 카드키와 도어락 스마트패드가 반환되지 않았고 집 안에도 물건이 일부 남아 있었다. 세입자가 이삿짐을 뺐다는 사실만으로 집주인이 집을 완전히 돌려받았다고 보기 어려웠던 이유다.

다만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세입자가 계속 집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가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차가 종료되면 세입자는 집을 돌려주고 집주인은 밀린 월세 등을 정산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두 의무는 원칙적으로 함께 이행해야 한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도, 반환할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라면 세입자가 집을 계속 점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점유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 “내 집인데”…열쇠공 불러 문 열면 안 될까

세입자가 살지도 않고 짐도 대부분 빠진 집이라면 집주인으로서는 직접 문을 열어 집을 확인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누구인지와 실제로 누가 그 집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법적으로 다른 문제다.

세입자가 아직 집을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집주인이 동의 없이 도어락을 열거나 교체하면 사안에 따라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 등 형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주거침입죄는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만으로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임대차가 끝났더라도 임차인의 점유가 남아 있다면 집주인이 임의로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출입에 동의했다면 문자 등으로 이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동의 여부가 불분명하고 세입자가 열쇠나 비밀번호도 돌려주지 않았다면 직접 문을 여는 대신 건물인도소송을 거쳐 판결에 따라 집을 돌려받는 방법이 안전하다.

앞선 사례의 집주인도 세입자가 몰래 짐을 뺀 사실을 알고 난 뒤 직접 문을 열지 않았다. 소송을 계속해 법원의 인도 판결을 받은 뒤 집을 돌려받았다.

● 보증금·밀린 월세는 어떻게 정산하나

사례에서 집주인은 밀린 월세 한 달분을 보증금에서 뺀 뒤 나머지를 세입자 명의 계좌로 돌려줬다. 반려동물 때문에 훼손된 벽지와 돌려받지 못한 물품 비용은 인도소송에서 함께 다투지 않고 집을 돌려받은 뒤 별도로 정산하기로 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않거나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보증금을 법원에 맡겨두는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 다만 공탁만 했다고 집이 자동으로 집주인에게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 보증금을 반환할 준비를 갖춘 뒤에도 세입자가 집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인도소송과 강제집행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세입자의 가족이나 지인 등 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보증금을 주면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권한 없는 사람에게 지급하면 원칙적으로 변제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 집주인이 보증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위험이 있다”며 “대리인이라면 세입자 본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보증금은 세입자 본인 명의 계좌로 지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집을 늦게 돌려받았다고 그 기간의 월세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입자가 집을 계속 점유했더라도 실제로 사용하거나 이익을 얻지 않았다면 그 기간 전체에 대해 월세에 해당하는 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집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먼저 내용증명으로 보증금 반환 의사를 밝히고 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 집의 점유가 넘어갈 우려가 있다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이후 건물인도소송을 거쳐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하는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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